저는 아이 공부 문제로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아이 성적이 하위 ⅓에 속한지가 오래되었다면 한 번쯤 발달 검사를 받아보세요. 그냥 예방 주사 맞는다고 생각하시면서요."
물론 '공부 조금 못한다고 정신과에 가면 세상에서 정신과에 안 가도 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아정신과라고 해서 문제 있는 아이만 오는 것은 아닙니다. 하위 그룹에 오랫동안 속한 아이라면 아이의 정서와 지능이 제대로 발달하고 있는지 검진하는 차원에서, 미리 예방주사를 맞듯 발달검사를 받아보라는 것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아이가 발달상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것을 심각한 병으로 몰아가는데,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제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병증은 무언가 기능적인 이상이 있는 것을 통칭하는 것입니다. 꼭 눈에 잘 띄는 자폐, ADHD, 학습장애 등의 정신 장애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능적 장애도 병의 일부로 보고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기능적 장애가 있을 경우 간단한 도움으로도 아이가 굉장히 좋아지는 것을 자주 보기 때문입니다.
하위권에 속하는 아이들은 정서 조절이든 행동 통제든 학습을 받아들이는 능력이든 엄마 아빠와의 관계든, 친구와의 관계든, 여러 가지 기능 중에 무언가 문제를 갖고 있게 마련입니다. 어떻게 아이가 아무 이유 없이 학교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겠습니까. 초등학교 공부는 말 그대로 초등 수준의 일반적인 교육과정인데 말입니다.
아이의 성적이 너무 오랫동안 하위권에 머물러있다면 지능이 떨어지는지, 우울증이 있는지, 부모에 대한 반항심리가 있는지, 아니면 부모가 아이를 방관하는 환경인지 등을 따져봐야 합니다. 아동기 심리질환의 유병률이 20%라는 것을 감안할 때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성적이 오랫동안 하위권이라면 발달상이나 성장 환경에 다른 문제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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